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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 이별보다 더 지독하고 이기적인 이별 방식, '슬로 페이드' |
살면서 누군가와의 관계를 끝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살면서 한 번씩은 경험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끝난 관계가 우정이든 사랑이든 어느 한쪽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관계를 끝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몇몇 이별 방법은 다른 이별 방법보다 상대방을 더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코로나19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던 사회적 고리가 약해지고, 관계에 대한 책임감이 희미해지는 지금 잠수 이별(Ghosting)은 흔한 이별 방법이 되었다. 잠수 이별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위일뿐더러 당하는 상대방을 큰 정신적 고통으로 몰아넣는 비겁한 이별 방법이다. 모두가 잠수 이별을 최악의 이별 방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더 최악의 이별 방법이 존재한다.
슬로 페이드(The slow fade)라고 불리는 이 이별 방식은 이미 관계를 끝내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상대방에게 이 결정을 말하지 않고 상대방이 먼저 이별을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이별 방식을 얘기한다. 이 가식적인 이별 방식은 이미 마음이 떠났어도 상대방에게 이별을 직접 말하기보단, 상대방에게 관계가 안정적인 척하며 “우리 관계는 이미 끝났다”라는 신호를 동시에 보낸다. 이미 슬로 페이드를 이별 방식으로 택한 사람은 단번에 관계를 끊는 것보단, 천천히 상대방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착각한다. 그들은 이러한 핑계로 스스로에 대해서 “역시 난 좋은 사람이야”라는 감정을 느낀다. 또한, 슬로 페이드를 선택한 이유는 관계가 끝날 때 따라오는 감정적인 불편함과 어려운 대화, 그리고 상대방의 상처받은 감정을 신경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착각 속에서 슬로 페이드를 겪는 상대방은 가스라이팅을 당하는데, 슬로 페이드 피해자는 자신의 현실과 자신 스스로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잠수 이별도 물론 비겁하고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이별 방식이지만, 적어도 당하는 상대방은 즉시 알아차릴 정도로 명확한 이별 신호다. 하지만, 슬로 페이드의 경우 천천히, 그리고 생각보다 오래 상대방의 혼란과 자기 불신만 가득 남기는 이별 방식이다. 슬로 페이드가 최악의 이별 방식이라는 사실은 여러 심리학 연구로도 뒷받침이 가능하다. 많은 심리학 연구 결과들은 불확실성이 감정적인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불쾌한 상황을 더욱 불쾌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반대로 명확성과 확실성은 심리적, 감정적인 사건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슬로 페이드를 당하는 사람이 마침내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깨닫는다면, 그 어떤 일보다 한때 소중하고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속고 있었다는 사실에 큰 상처를 받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오랜 시간 바보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 어떤 감정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이기 때문이다. 가스라이팅 피해자와 같이 슬로 페이드 피해자도 혼자 남겨진 후 자기 불신과 자신의 판단을 믿을 수 없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일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피해자는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것에 큰 불안함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불안해질 것이며 정신적으로 약해질 것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법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면, 상대방에게 가장 친절한 이별 방식은 명확하고 깔끔하게 상대방에게 관계가 더 이상 건강하지 않다고 알리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상대방은 이별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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