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럭머거(Drug Mugger)란 복용한 약물이 오히려 인체 필수 영양소를 고갈시키는 것으로, 미국의 수지 코헨(Suzy Cohen) 약사가 최초로 제시한 용어이다. 우리가 복용하는 약은 다양한 원인으로 영양 결핍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약이 효능 발휘를 위해 영양소를 사용하는 경우 ▲약이 우리 몸의 영양소를 직접 파괴하는 경우 ▲약이 간접적으로 우리 몸의 영양소 합성 및 흡수를 억제하는 경우 등이 있다.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에는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이 있다. 본인이 복용하는 약이 어떤 체내 영양소를 부족하게 만드는지 알고 보충해야 한다.
1. 당뇨약 비타민 B12당뇨약을 복용 중인 사람이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는 바로 비타민 B군이다. 당뇨병 환자의 1차 치료제인 메트포르민(Metformin) 성분은 몸 안에서 포도당이 덜 만들어지게 해서 혈당을 낮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비타민 B12라고 하는 코발라민(Cobalamine) 계열의 비타민의 흡수를 막게 된다. 체내에 비타민 B12가 부족해지면 인지 능력이 저하되며 당뇨 합병증의 한 종류인 말초신경병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 만일 당뇨약 복용 중 손발 끝이 저리거나 따끔거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비타민 B12를 보충해줘야 한다. 유수빈 약사는 “메트포르민 성분은 비타민 B12의 흡수를 저해해 결핍을 유발할 수 있어 필수적으로 보충해주는 것이 당뇨 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비타민 B군은 모두 당뇨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영양소이기 때문에 단일제보다는 복합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비타민 B1의 경우 고혈당에서 만들어지는 유해물질 생성을 막는 역할을 하며 단백뇨 개선과 피로감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2. 고지혈증약 코엔자임Q10고지혈증약 스타틴(Statin) 계열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면 체내의 코엔자임Q10(코큐텐)이 줄어든다. 스타틴은 간에서 지질이 합성되는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에 지질 합성과정에서 생성되는 코엔자임Q10 역시 부족해진다. 코엔자임Q10은 세포 에너지를 생성하고 항산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체내 코엔자임Q10이 부족하면 피로를 쉽게 느끼고 근육통, 피부 주름이 생길 수 있으며 결핍 정도가 심각한 경우 심장, 폐 세포 기능이 떨어지면서 근육경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이닥 내과 상담의사 신광식 원장(서울신내과의원)은 "코엔자임Q10은 인체에서 생성되지만 부족한 경우 음식을 통해 보충하기가 쉽지 않다”며 “스타틴을 복용하는 경우 코큐텐의 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세포 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니 건강보조식품으로 섭취할 것을 권유한다”고 조언했다.
3. 고혈압약 비타민 B1 & 멜라토닌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이뇨제는 소변량을 늘려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이 과정에서 수용성인 비타민 B도 소변과 함께 배출되는데, 특히 비타민 B1이 몸 밖으로 과도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 비타민 B1이 부족하면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부정맥 위험이 커진다. 혈액 흐름이 느려져 몸 곳곳에 혈액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부종이나 손발 저림, 다리 근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고혈압 치료제 중 베타차단제는 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이 베타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막는다. 이 결합은 심장이 수축하는 힘을 강화해 혈압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베타차단제는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Melatonin) 합성을 방해해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만성질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영양소나 비타민 소모가 빠르다. 따라서 만성질환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환자라면 고갈될 수 있는 영양소를 확인하고 충분히 보충해줘야 한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신광식 원장 (서울신내과의원 내과 전문의), 유수빈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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